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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의 전통건축기법을 계승하고 있는 이광복 도편수

기사승인 2022.08.11  17: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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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민족의 얼과 혼이 담긴 전통기법 한옥의 미감을 세계에 알리다

고유의 문화가 곧 경쟁력인 시대에 우리의 전통문화를 돌아보고 보존하기 위한 고민 또한 깊어지고 있다. 질곡의 근현대사를 겪으면서도 맥이 끊어지지 않은 전통문화는 소중한 자산이다. 그 가운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한옥의 미감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전통 건축물의 명인인 이광복 도편수는 국내외를 넘나들면서 한옥의 아름다움을 알려왔다. 그의 손을 거친 수많은 전통 가옥과 사찰에는 수천년을 이어져온 선조들의 얼이 살아 숨쉬고 있다. 
 
 
한옥 건축을 진두지휘하는 최고의 장인 도편수
건축물에는 그 지역의 문화적 전통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전통 건축물의 명인으로 불리는 이광복 도편수(대목 2236호, 광주이씨 21대손)는 “한국 전통 건축에는 오늘날 시내에 들어서있는 건물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민족적인 조형미가 담겨져 있다”면서 4300여 년 간 이어져온 한민족의 얼과 혼이 내재된 민족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당대 최고 도편수로 이름을 날린 조원재 이광규 조희환으로 이어지는 기문에서 조희환 대목장과 목수 신영훈 선생을 비롯하여 조계종 불사도감 현고 대종사 스님에게 사사 받은 이 도편수는 지금까지 국내외를 넘나들면서 약 200여 곳에 한옥 건축물을 건립하며 대목장계의 기능보유자로서 활동해왔다. 영국과 프랑스, 미국, 중국, 독일 등 전세계 각지에 전통한옥의 아름다움을 알린 것이다. 
 
한옥건축의 최고위직 장인인 ‘도편수’는 집을 지을 때 책임지고 일을 지휘하는 우두머리 목수를 가리키는 말로 17세기부터 궁궐이나 불교사찰을 짓는 공사 책임자였으며, 대목장(大木匠)으로도 불린다. 전라남도 진도에서 태어난 이 도편수는 평생 대목수로 살아온 부친의 재주와 눈썰미를 물려받아 목포공고에 진학한 후 목공에 두각을 드러내며 기능장의 길을 걸었다. 고교 재학 당시 건축과 목공분야 전국학생기능경기대회와 기능올림픽대회에서 금상과 은상을 수상했다. 졸업 직후에는 20살의 어린 나이로 직업훈련원의 목공 선생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으며 1980년대에는 해외로 나가는 목수들을 교육하고 한국 국가기술 자격검정위원으로도 활동했다. 20여년 간 전통한옥 건축분야에서 공직과 교직을 오가며 활동해오다가 1999년부터 조희환 대목장의 제자가 되어 대대로 내려온 기법들을 고스란히 전수받아 그 뒤를 이어 귀접이 법식의 팔각원당을 짓고 목수 신영훈 선생으로부터 최고의 칭호인 도편수 칭호를 부여 받았다. 그는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제13대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상임고문, 대한민국 대한명인 경기지회 고문,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교육원 객원교수 등을 맡으며 문화재 기능인의 위상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후진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여 왔다.
 
이 도편수는 스승으로부터 물려받은 전통건축기법들의 원형을 보존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진천에 있는 보탑사 5층 목탑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는 물론 국내외를 오가며 전통건축물의 아름다움을 알려온 그는 2013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뉴욕 원각사 대작불사 마무리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에서 제작해 컨테이너에 실어 배로 보내고 있다고 한다. 수년째 공사가 진행 중인 대작불사는 그에게도 많은 의미가 있는 작업이다. “뉴욕에 있는 원각사 대작불사는 한국의 전통건축기법을 사용해 850년 된 거대목을 대들보로 사용하면서 약 30만평 부지에 지어지고 있다”고 설명한 그는 전통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전세계에 한옥의 아름다움을 알리는데 기여하고자 하는 뜻을 전했다. 
 
국경을 넘나들며 한국 전통건축물의 미감 선보여
도편수는 보유한 기능을 활용하는 것 이상의 종합 예술가이다. 한옥을 지을 때 기술과 설계를 조율하고 집터의 풍수지리, 건물 위치, 방향잡기와 함께 예술적인 미감까지 책임지는 최고의 장인으로 오랜 역사 속에서 궁궐과 사찰 건축을 담당해왔다. 이 도편수는 전통건축물의 특징과 미감을 정교하게 표현하는 장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불교 건축물의 정수를 아름답게 담아내고 있기도 하다. 특히 건축물의 쓰임새 및 정체성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그의 기획은 감탄을 자아낸다. “사찰음식을 만드는 곳인 전등사의 전등각은 혀를 형상화해 맛이 선사하는 행복을 표현했고 신륵사 선혜당은 템플 스테이로 활용되기 때문에 아이들의 뛰노는 모습이 지닌 생동감을 전달하고자 했다”는 그는 이 외에도 봉은사 수각, 진관사 향적당을 비롯한 수많은 곳을 용도에 맞게 재해석하는 기지를 발휘하여 불자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세종시에 위치한 불교문화체험관도 그의 장인정신이 결집된 작업이었다. “한국불교문화체험관을 ‘불교의 정수’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그는 불교 건축·미술·공예 등 조형예술과 승무·범패 등 공연예술, 간화선 등 명상수행을 체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을 탄생시켰다. 
 
이 도편수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수많은 불교사찰과 고건축물들을 담당해왔다. 국내 전통건축은 궁과 사찰을 중심으로 발전했는데, 불교사원에는 한국 전통건축의 공간 도식과 특성이 가잘 잘 나타나 있다. 그는 천년고찰로 불리는 여주 신륵사 극락보전을 지난 2009년부터 3년간 전면 해체하고 수리하는 방식으로 원형을 완벽하게 복원해냈다. 한편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알려져 있는 안동 봉정사 극락전 해체 수리를 비롯해 가평 대원사 고려시대 대웅전 신축, 서울 화계사 보물 동종각 신축, 잠실 불광사 대웅전, 설악산 봉정암 적멸보궁, 은평 진관사 해체·신축공사, 뉴욕 원각사, 강화 학사제 등이 모두 그의 손길을 거쳤다. 지난 2005년 화마로 소실된 낙산사 복원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JSA 법당도 도편수로서 그가 진두지휘했다. 올해 8월 개관할 광제사·한국불교문화체험관 준공은 조계종 총무원 현고대종사 도감 스님의 지휘 아래 대웅전 부편수 이재호, 불교문화체험관 부편수 박성철, 석장 김동구, 창호장 김동현 등과 함께한 결과물이다. 창덕궁의 존덕정도 이 도편수의 대표적인 작업으로 손꼽힌다. 이 외에 영국 대영박물관 한국실 신축공사와 2005년 북촌 백인제가옥, 2000년대 이후 한옥 구성에 있어서 최고 규모를 자랑하는 강화도 학사재도 있다. 현재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미국 뉴욕의 원각사 대작불사 공사는 미주 불교사상 유례없는 한국 고건축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후손들에게 소중한 문화유산을 전하기 위한 노력
“우리의 정신은 조상으로부터 온다”고 힘주어 말한 이 도편수는 전통을 외면하는 것은 곧 부모를 무시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기둥을 세우고 보를 얹은 다음 마룻대를 올리는 날에는 반드시 상량식을 마련한다. 해외라고 해도 예외는 없다. 독일 베를린 대학 내 한국학 연구소를 건축할 때도 상량식을 했으며 뉴욕 원각사 대웅전 상량식은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렇다고 그가 시대의 흐름을 외면하고 고답적인 자세로 전통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그는 전통의 정수인 근본을 지키되 발전적으로 나아가는 길을 함께 고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급변하고 있는 시대에 맞서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근본을 보존하면서도 오늘날에 맞게 계승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재창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통 유지와 현대적 재창조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 수 있으며 오늘날 전통은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그는 창덕궁 존덕정을 해체하고 수리하는 과정에서 소중한 경험을 하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존덕정은 360년 전에 만들어졌는데 직접 해체를 해 보니 스승님께 배워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건축 기법과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그는 수백년 전의 기법이 스승에서 제자로 이어지면서 자신에게까지 소실되지 않고 내려왔다는 사실에 큰 감동을 느꼈다고 한다. 사람의 평생은 100년 남짓이지만 그 정신은 문화 전통 속에서 맥이 끊이지 않고 살아 숨 쉴 수 있는 것이다. 창덕궁 보수 작업은 선조들이 사용했던 다양한 전통기법들을 체감하면서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던 동시에 선조들의 숨결과 얼을 느끼면서 전통의 가치를 되새기는 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도편수의 눈에 현재 한국 사회는 유장한 시간동안 보존되어온 전통을 돌아보는데 미흡한 부분들이 많아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한옥 건축에 관한 작금의 현실이 너무 유감스럽다”고 입을 연 그는 “내진설계와 단열에 대한 각종 규제들이 한옥에도 일관되게 적용되면서 전통기법을 그대로 적용한 한옥을 짓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오늘날 한옥은 단순히 주거용 건축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유구한 전통문화의 중요한 요소인 한옥에 획일적인 규제가 가해지다보니 한국문화의 뿌리인 정신을 보급하고 발전시키는데 많은 애로사항이 있다고 한다. 그는 전통문화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보다 유연한 시각이 필요하다면서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계속해서 계승 및 발전할 수 있도록 전통 건물과 현재의 한옥을 위한 예외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한편 그는 전통문화를 계승하기 위한 인재 양성에 대해서도 국가적인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면서 젊은 세대가 각 분야에 장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정책을 펴야한다고 말했다. 이 도편수는 한국문화재장인협회를 이끌 당시에도 후진양성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전통이 저절로 보존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에도 우리 곁에 전통이 살아 숨쉬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요구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도 묵묵히 한국 전통건축물들을 세계 각지에 선보이기 위해 대패질을 하는 그 또한 전통을 후손에게 이어주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도편수는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다음 세대 그리고 그들의 후손에게까지 물려주기 위해서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우리의 전통문화를 아끼고 사랑해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김명규 기자 sisanewsn@sisanews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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