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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류 90년대생 창업자가 온다

기사승인 2022.08.02  16:2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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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스트 유니콘을 꿈꾸는 90년생 창업

명문 대학을 나와 소위 훌륭한 스펙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반드시 대기업에 취업하지 않고 기술 기반의 창업을 하는 경우도 이젠 흔하다. 모바일 기반의 창업 아이템으로 제 2의 청년 벤처붐이 일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미국의 세대 연구 전문가인 린 랭카스터와 데이비드 스틸먼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를 “가장 획기적이며 지금까지와 다른 신세대”라고 분석했다. 그들은 “X세대(1965~1981년 출생)가 출현하며 기성세대에 큰 충격을 줬는데, 이는 밀레니얼 세대의 출현에 비할 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가장 획기적인 세대가 직접 창업에 뛰어들다.
90년대는 국내 정보기술(IT) 산업이 태동한 시기다. 이들은 청소년 시절 스마트폰 혁명을 경험하고 국내외 혁신기술 기업들이 주도하는 성장을 목격했다. 사교육 경험이 많고, 영어나 IT를 문제 해결 도구로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스티브 잡스나 일론 머스크, 이해진ㆍ김범수 같은 IT 창업자들의 성공 스토리를 보고 자랐다. 기술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유치해 빠르게 사업을 키울 수 있다고 믿는다. 명문대 졸업장이나 대기업 입사보다 창업을 통해 성장하고 성공하고 싶어한다.
또 한국 90년대 생은 트렌드를 재빨리 포착할 수 있는 능력과 환경을 갖추고 있다. 현재 한국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은 MZ 세대(밀레니얼+Z세대-1981년~2010년생)인데, 90년대 생은 MZ세대의 ‘낀 세대’다. 이들은 다양한 특성의 세대층과 기술 변화를 직접 경험하면서 폭넒은 소비자층,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력, 습득력이 빠르다. 광고를 집행할 때도 연예인 대신 인플루언서(소셜미디어에서 영향력 있는 개인)나 유튜버를 쓴다. 한국이라는 나라도 트렌드 요소에 기여하고 있다.
 
90년대생들은 새 트렌드를 이끄는 신소비 세력이다. 자신의 세대가 만든 신트렌드 파악 능력, 어릴 때부터 유튜브 등 글로벌 환경에 노출돼 생긴 글로벌 마인드, 젊기 때문에 스펀지처럼 선배 조언을 빨아들이는 겸손함과 넘치는 에너지가 이들의 강점이다. 기존 산업 판도를 흔드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 역시 90년대생 창업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이들은 ‘젊음’이 자신들의 최고의 무기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아직 가정을 꾸리지 않은 경우가 많아 선택에 제약 사항이 많지 않으며, 열정을 위해 에너지를 불태워도 될 체력이 뒷받침된다. 젊어서 다른 세대보다 실용적이기도 하다. 자신만이 옳다고 고집부리기 보다는 주변에 성공한 사람들의 조언을 적극 수용한다. 피드백에 민감하다. 김민준 어웨이크컴퍼니 창업자는 ‘자존심 부릴 나이가 아니라는 것’이 90년대 생 창업자이 큰 강점이라면서 ‘다양한 선배의 조언을 스펀지처럼 흡수할 수 있다’고 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법 11가지’(송파11조)로 유명하다. 자율을 추구하되 규율을 잘 지키는 게 ‘배민다움’이란 기업문화를 문장 11개로 요약한 것. 넷플릭스식 ‘자율과 책임’ 문화가 실리콘밸리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모바일 1세대 기업들이 보여줬다. 이들을 보며 자란 90년대생 창업자들은 창업 초부터 ‘OO다움’을 추구한다. 회사의 핵심 가치와 행동 규범을 명확히 정리하고, 이를 성장 전략으로 삼는다. 특히 이들이 강조하는 건 자율성과 수평적인 소통이다. 
 
간편투자 플랫폼 어니스트펀드는 근태나 휴가 관리를 하지 않는다. 주 단위로 재택근무나 출근일을 미리 정해서 팀에 공유하면 끝이다. 출근 시간은 자율. 회의가 집중된 시간대(오후 1~4시)에만 출근해 있으면 된다. 휴게 공간에서 언제든 낮잠을 잘 수도 있다. 기업용 채용 소프트웨어 개발사 두들린도 출퇴근 시간과 장소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연차나 반차 일수도 제한이 없다. 이태규(27) 대표는 “처음부터 직원들의 일하는 시간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효율적으로 일하는 걸 돕자는 생각으로 접근했다”며 “한달 내내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도 있다”고 말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 대표이사(CEO) 외에 ‘미니 CEO’로 불리는 PO(Project Owner·프로젝트 총괄 책임)를 통해 가볍고 빠르게 성장할 길을 계속 열어둔다. PO는 특정 프로젝트에 대해 최대한의 자율권을 갖고 오너처럼 주도적으로 일하는 리더다. 물론, 권한에 따른 책임도 크다. PO의 내부 진행상황은 투명하게 공유한다. PO 제도를 운영하는 어니스트펀드 서상훈(32) 대표는 “PO 제도는 속도감 있게 일할 수 있는 스타트업 특유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런 문화는 데카콘(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 비상장사)으로 큰 토스의 영향도 있다. 토스는 50여명의 PO가 서비스와 제품의 성장을 책임지는 모델로 급성장해 PO계의 ‘성공 바이블’로 불린다. 창업자인 이승건 대표는 토스의 PO 노하우를 외부인들에게 공개하는 ‘토스 PO 세션’을 열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SKY 줄고, 연고주의 탈피…‘이과’ 창업자 대세
창업자들의 출신 대학은 다양해졌다. 최종학력 기준으로 창업자의 출신 대학은 90년대생과 비90년대생 모두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순으로 많았으나, 90년대생의 SKY 출신 비중은 비90년대생보다 11.8%p 낮았다. 대신 해외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 출신이 각 5.9%p, 9.9%p 더 많았다. 90년대생 창업자 중 여성은 16.3%였다. 비90년대생 여성 창업자 비율(8%)보다 2배 가량 늘었다. 세대 구분 없이 전체적으로 봐도 여성 IT 창업은 꾸준히 증가세다. 중소벤처기업부 조사에 따르면 2017~2021년 IT 분야 여성 창업 연평균 증가율은 7.6%로 남성(3%)을 앞질렀다. 30대 남성이 주류였던 기존 창업 시장에 변화가 생기고 있단 의미다. MZ세대를 위한 뉴스 플랫폼 뉴닉의 김소연(28) 대표나 교육용 소통 플랫폼 클라썸의 이채린(26)·최유진(30) 대표가 대표적인 90년대생 여성 창업자들이다.
 
5~10년 내 유니콘 될 미래 주역
벤처업계는 현재 두각을 나타내는 90년대생 창업자들이 앞으로 5~10년 내 주류로 떠오를 것으로 본다. 실제 현재 데카콘(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 수준 IT 기업들이 나오는 데 10년이 걸렸다. 2010년 전후 모바일 시장이 열리면서 현재의 쿠팡(김범석, 78년생), 배달의민족(김봉진, 76년생), 야놀자(이수진, 78년생) 등이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이후 토스 이승건(82년생), 마켓컬리 김슬아(83년생) 등 80년대생 창업자들이 뒤를 이었다.
젊은 창업자가 주목받는 건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와 폴 앨런도 각각 20세, 22세에 MS를 세웠으며,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도 모두 25세 때 구글을 만들었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는 창업 당시 19세였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도 각각 21세, 26세 때 창업한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도 당시 27세에 텐센트를 출범시켜 중국 최대 온라인 게임 업체이자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거물급 스타트업에서도 젊은 창업자는 빛을 발했다. 지금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으로 큰 성공을 거둔 바이트댄스의 창업자 장이밍은 2012년 28세에 바이트댄스를 설립했다.
 
90년대생 창업자들의 부상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세계 최대 NFT 거래소 오픈씨의 공동창업자 데빈 핀저(32)와 알렉스 아탈라(29), ‘세계에서 제일 비싼 스타트업(기업가치 120조원)’으로 꼽히는 핀테크 업체 스트라이프의 존 콜리슨(32) 공동창업자가 대표적이다.
최근 떠오른 프랑스 SNS 비리얼의 공동창업자 알렉시스 바레야(27)와 케빈 페레루(31)도 90년대생이다. 비리얼은 하루 한 번, 2분 안에 ‘날 것’의 내 모습을 찍어 공유하는 독특한 콘셉트로 해외 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동남아에 간편투자 돌풍을 일으킨 5년차 인도네시아 유니콘 아자이브의 앤더슨 수말리(28)와 야다 삐야좀관(30)도 20대 초중반에 창업했다. 파산 직전의 제조·유통 기업을 매입해 ‘디지털 퍼스트’ 회사로 탈바꿈시키는 CSC 제너레이션의 저스틴 요시무라(32) 등도 대표적인 글로벌 90년대생 창업자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공적인 사회 생활의 정의가 달라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과거처럼 한 직장을 꾸준히 오래 다니는 게 성공의 기준이 아니라는 인식을 90년대생은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 교수는 이어 “1인 자영업자나 1인 창업의 경우도 현재 새로운 시도를 권유하고 관용하고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신들에게 익숙한 것을 가지고 시도해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래친화적 인간의 탄생 
아울러 00년대생 창업자들이 90년대생 창업자 뒤를 부지런히 쫓고 있다. 이들은 “창업은 기회”라 배우며 자랐고, 제 몸처럼 모바일 플랫폼을 써온 세대다. 90년대생이 디지털 네이티브라면, 00년대생은 플랫폼 네이티브다. 네이버가 국내 1위 검색포털을 꿰찰 무렵 태어나 초등학생 때부터 아이폰과 유튜브, 카카오톡을 썼다. 플랫폼이 창출하는 ‘연결’의 가치를 체화한 세대다. 매일 접속하는 SNS나 모바일 게임을 통해 일찌감치 광고와 보상의 관계를 깨쳤다. 당근마켓에서 의류나 문구류를 거래하고 SNS 마켓에서 글·그림·꾸미기 재능을 사고파는 것에도 익숙하다.                             
 

김명규 기자 yinkyung@sisanews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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