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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산합의에도 폭락한 원유 가격

기사승인 2020.05.15  11:2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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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진실은... 2000만 배럴 감산

국제유가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이동 수요가 줄어든 데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원유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선까지 급락했다. 보다 못한 트럼프 대통령이 “유가 하락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압박하면서 잠시 반등했지만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저유가가 일자리를 위협하면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에 관세를 부과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올해 유가가 배럴당 1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 브렌트유가 사상 최저인 배럴당 10달러 미만으로 떨어졌던 1998년과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다.” (에너지 컨설팅 기업 리스타트에너지) “2분기 국제유가가 배럴당 5달러로 추락할지 모른다.” (씨티그룹) 글로벌 경제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국제유가 바닥은 어디일까. 배럴당 20달러가 붕괴되고 머지않아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론까지 나온다.‘바닥 밑에 지하실’이라는 표현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트럼프 압박에도 유가 안정될진 미지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수요 위축 앞에 주요 산유국의 대규모 감산은 아무 소용없었다. 4월 15일 국제 유가는 1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OPEC와 10개 주요 산유국 연대체)가 5월 1일부터 6월 말까지 두 달간 하루 970만배럴 원유를 감산하기로 지난달 12일 합의했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다. 5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19.87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국제 유가 하락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4월 하루 원유 수요가 2900만배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 점이 악재로 작용했다. IEA는 이 같은 원유 수요 축소가 지난 25년간 보지 못했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원유 감산 합의가 이 같은 수요 감소를 상쇄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IEA는 “OPEC+가 역사적인 결정(일일 970만배럴 감산)을 내리면서 현재보다 한층 심각한 상황에 놓이는 것을 막았다”면서도 “올해 상반기 원유 재고가 하루에 1200만배럴씩 쌓이면서 여전히 운송, 파이프라인, 저장 탱크 등 석유 관련 산업이 압도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주요 20개국(G20)에서 한국 미국 중국 인도 등이 전략 비축유를 확대하기로 합의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은 점도 부정적 요소다. 올레 한센 삭소뱅크연구원은 CNBC에 “감산 합의 이행이 느린 데다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위험도 있다”며 “다른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에 대한 명확한 약속이 없어 팬데믹의 수요 압력이 완화할 때까지 유가가 하락 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IEA도 보고서를 통해 “전략 비축유 확보 방안 등에 대한 각국 계획을 아직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내 감산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이날 미국 텍사스주 내 원유 생산량을 결정하는 텍사스주 철도위원회는 감산 문제를 두고 10시간 가량 토론을 벌였지만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미국의 원유 재고 증가도 유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원유 재고가 1920만배럴 증가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전문가 전망치인 1202만배럴 증가를 웃도는 수준이다. 원유가 쌓여 가고 있는 셈이다. 타일러 리치 세븐스리포트리서치 공동 편집장은 마켓워치에 “시장 균형을 맞추기 위한 세계 산유국들의 감산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여전히 대규모 수요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소비가 회복되기 시작할 때까지 단기적으로 유가 강세 사례를 만들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낮은 가격은 미국 셰일오일 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브로커리지 업체인 FXTM의 루크만 오투누가 선임연구원은 “미국 셰일 업계에 전혀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배럴당) 40달러 미만이 셰일 업계에 전혀 이익이 되지 않는데, 20달러 미만에는 어떻게 대처하겠느냐”고 우려를 표했다. 셰일 업계는 채굴 원가가 높아 유가 폭락에 취약하다. CNBC는 셰일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채산성을 맞추기 어려워 생산이 거의 중단된다고 전했다. 이날 유가 하락이 이어지자 미국은 관세 부과를 거론했다. 
 

국제유가가 연일 하락하는 이유는? 
국제유가가 연일 하락하는 배경은 뭘까. 코로나19 사태가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주면서 원유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세계 3대 석유 소비국으로 인구가 13억명에 달하는 인도가 전 국민 이동 금지령을 발효해 석유 수요가 급감할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코로나19 충격으로 전 세계 원유 수요는 최대 25% 줄었다. 하루 원유 수요 규모가 1억배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하루 최대 2500만배럴 수요가 감소했다는 의미다. 이는 전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하루 산유량과 맞먹을 정도다. 코로나19로 원유 수요가 줄면서 전 세계 원유 저장 능력도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에너지 컨설팅 기업 리스타트에너지에 따르면 캐나다는 머지않아 석유 저장 공간이 부족해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 1월에는 중국 주요 정유사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문을 닫은 이후 세계 원유 저장 수준이 최대치 대비 평균 4분의 3 수준까지 높아졌다. 원유 저장 능력 부족 문제는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올 2분기 세계 석유시장에서 하루 평균 500만배럴 이상의 공급과잉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경하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전 세계 원유·정유 제품 저장 능력은 약 78억배럴로 이미 가동률이 76%에 달한다.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약세가 장기화되면 향후 9개월 내 저장설비가 가득 찰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갈등이 커진 것도 국제유가 하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 3월 초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OPEC플러스(+)’ 회의가 유가전쟁 발단이었다. OPEC+는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모여 만든 협의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사우디를 중심으로 석유 생산을 줄이는 방안이 회의에서 논의됐다. 하지만 사우디가 주도한 감산안에 러시아가 반기를 들었고 합의는 무산됐다. 파벨 소로킨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은 “지금의 저유가가 러시아에 재앙적인 유가 수준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사우디는 “4월부터 하루 평균 970만~1000만배럴 수준인 원유 생산량을 1230만배럴까지 늘리겠다”며 러시아를 압박하고 나섰다. 러시아도 덩달아 증산 경쟁에 나서면서 국제유가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누가 저유가를 오래 버틸 수 있는지 이른바 ‘치킨게임’에 돌입한 양상이다. 세계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동시에 최대 산유국으로 부상한 미국을 견제해 전 세계 석유시장 패권을 잡기 위해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은 2018년 기준 세계 석유 생산량의 16.2%를 차지하는 세계 1위 산유국이다. 사우디아라비아(13%), 러시아(12.1%)가 뒤를 잇는다. 부랴부랴 미국이 나섰지만 갈등이 무마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트위터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한 내 친구 MBS(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통화했다. 그들이 약 100만배럴을 감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희망한다. (감산 규모가) 1500만배럴이 될 수도 있다”고 올렸다. 

원유 저장 능력 부족 심각 
그나마 ‘OPEC플러스(+)’가 긴급 화상회의를 통해 원유 감산 방안을 논의했지만 멕시코 반대 등으로 옥신각신하면서 합의가 미뤄지기도 했다. 미국이 감산에 동참할지 여부도 변수다. 특히 러시아가 감산을 거부해온 것은 미국 셰일가스 산업에 타격을 주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표면적으로는 사우디와 러시아가 싸우는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 셰일가스 산업을 무너뜨리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봐야 한다. 러시아가 더 격렬하게 전투에 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국제유가 급락으로 미국 셰일가스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셰일가스 업계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최소 40달러 이상 유지돼야 채산성을 갖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가 하락으로 미국 셰일가스 업체 중 70%가 파산 위기에 처했다. 일례로 셰일가스를 채굴·생산하는 화이팅페트롤리엄은 경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최근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올해부터 2024년까지 이들 셰일오일 업체가 갚아야 할 부채만 860억달러(약 107조원)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유럽, 미국 등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국제유가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하더라도 국제유가 하락을 방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우려다. 

CNN은 “국제유가 하락의 근본적인 이유는 사우디·러시아 간 유가전쟁에 따른 과잉 공급이 아니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요 감소”라고 분석했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거대 산유국 간 치킨게임은 서로 상처를 줘 결국 감산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다만 세계 경제위기로 원유 수요가 급감해 감산 효과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저유가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철영 대기자 lcyfe@sisanew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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