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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한 그린 프라이싱(Green Pricing) 제도

기사승인 2019.07.08  11: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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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생에너지 확산 위한 그린 프라이싱 전기요금제도 개편, 국내 도입 가능할까

재생에너지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기존 전기요금에 추가 금액을 지불하는 ‘그린 프라이싱(Green Pricing, 녹색요금)’ 제도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그린 프라이싱과 같은 자발적 재생에너지 시장과 규제의 조화, 세제지원 등을 통해 전 세계 태양광·풍력발전 시장을 이끌고 있는데, 재생에너지 보급·확산이 가격경쟁력 확보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게 되었다.


‘그린 프라이싱 제도’란 무엇인가
소비자가 재생에너지 발전산업 육성을 돕는다는 취지로, 소비자가 기존 전기요금에 추가 금액을 자발적으로 지불하고 태양광·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구매하는 것이다. 공급의무화(RPS), 발전차액지원(FIT) 등 현재까지의 정책은 전력공급자(발전사) 위주이지만, 그린 프라이싱은 전력수요자(소비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한 단계 발전한 제도로 볼 수 있다. 그린 프라이싱 제도가 도입될 경우 전통적 전원과 재생에너지 전원의 유통 경로가 분리될 수도 있다. 비용이 더 들더라도 재생에너지를 선택하겠다는 소비자의 탄생은 공급 패러다임의 전환을 촉진할 것이다. 전력 소비자가 수동적으로 에너지를 받아쓰는 방식에서 탈피해 스스로 미니 발전소를 구축하고 에너지 생산과 판매 등으로 수익을 내는 ‘에너지 프로슈머’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린 프라이싱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태양광·풍력발전 재생에너지 수용성 확보와 기후변화 대응, 그리고 정부 재정부담 경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 확신
글로벌 제조·IT기업들의 재생에너지 구매가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구글(Google), 애플(Apple), BMW 등 글로벌 기업들이 소비 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활용하겠다는 ‘RE100(Renewable Energy 100%)’ 캠페인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글로벌 하드웨어·전기자동차 제조기업(애플, BMW, 폭스바겐 등)이 국내 부품기업(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등)에 재생에너지 활용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무역장벽화가 우려된다.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사업장에서의 재생에너지 도입 방안을 마련 중이긴 하지만 국내에서는 제도 미비 등으로 재생에너지 활용 또는 조달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렇다면 국내 그린 프라이싱 제도는 어떨까. 사실 국내에서는 지난 2001년에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그린 프라이싱 제도 도입을 이미 고려한 바 있다. 하지만 제도화 동인이 부족해 논의는 금세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이후 2006~2007년에는 공공기관이 우선적으로 참여한 후 민간으로 차차 확대해나가는 방식이 검토됐지만 여전히 부족한 재생에너지에 대한 인식과 NGO의 정부 주도 도입 반대로 취소됐다. 전기요금제도 개편을 통해 그린 프라이싱을 도입할 수 있지만 전력소매시장을 개방해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하지만, 현재 전력시장 여건으로 기업의 참여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전련계통 불안정성 등 재생에너지 수급 안정성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원가가 높아 그린 프라이싱 도입 시 추가 지불해야 할 금액이 커 사회적 합의의 어려움도 장애요인으로 꼽힌다. 

그린 프라이싱 제도 도입, 아직 ‘시기상조’
정부가 재생에너지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그린 프라이싱(Green Pricing·녹색요금)’ 제도 신설을 검토하면서 실제 도입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한 높은 관심이 이어지고 있어 그린 프라이싱 도입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아직 국내 시장에 도입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9년 하반기 내 녹색요금제 신설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그와 별개로 국회에서도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 내용은 한전이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별도로 판매·거래하도록 요금 약관을 제정하고, 기업을 포함한 소비자가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서 발표한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한 녹색요금제 제도, 국내 도입 여건은?』 보고서에 따르면 그린 프라이싱 제도의 국내 도입 여건은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그 이유로는 첫째, 대규모 입지 조성과 둘째, 주민 수용성 확보 그리고 셋째, 발전 비용, 넷째로 불안정한 전력계통, 다섯째는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경쟁력 부족 등이 있다. 게다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해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낮지만 재생에너지 발전원가는 더 비싼 것도 문제가 된다. 국내 가정용 전기요금은 109.1달러/MWh로 OECD 국가 중 멕시코·캐나다에 이어 세 번째로 낮고, 산업용 전기요금은 98.5달러/MWh로 OECD 평균 102.7달러/MWh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일사량이 유사한 중국, 독일과 태양광발전 원가를 비교해보면 설치 투자 비용 및 O&M 비용 모두 우리나라가 더 높다. 이 경우 그린 프라이싱 도입 시 추가 지불해야 할 금액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소비자의 비용 부담이 증가할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 원가가 높다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수 있고, 추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소비자도 편익을 얻게 되는 무임승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린 프라이싱 제도 도입은 전기요금제도 개편만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전력소매시장이 개방되지 않는다면 제도의 실효성은 담보되지 않을 것이다. 그린 프라이싱 제도가 단단하게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전력소매기업 또는 재생에너지 공급사를 선택하는 등 경쟁체제가 도입돼야 한다. 그러나 현행 시장 구조에서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 판매가 가능한 곳은 한전뿐이다. 그린 프라이싱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소비자가 전력소매기업 또는 재생에너지 공급사를 선택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더불어 재생에너지 수급 상황이 원활하게 이뤄져 기존 화석연료 등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그린 프라이싱 도입에 성공한 미국
미국이 지난 1993년 그린 프라이싱 도입에 성공할 수 있었던 주된 이유는 첫째, 소비자가 전력소매기업·재생에너지 공급사를 선택할 수 있었고, 둘째, 재생에너지 공급사가 소비자와 직거래한 것에 있다. 워싱턴 D.C.를 비롯한 14개 주(전체 발전량의 1/3 차지)에서는 소비자가 전력소매기업을 직접 선택하고 전기를 구매할 수 있어 소매시장의 경쟁체제가 활성화돼 있다. 
미국의 재생발전량은 OECD 전체의 40%나 차지하며 전 세계에서 재생발전량이 가장 많은 국가가 되었다. 2010년 이후 미국의 재생발전량은 연평균 6.7% 성장해 가스(5.2%)보다 높다. 재생에너지 시장의 확대로 발전 원가가 화력발전 원가와 대등한 수준까지 내려가 비용부담도 크지 않게 되었다. 이에 따라 소비자와 기업이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금액 또한 점차 낮아지고 있다.           

임동훈 기자 stimeup@sisanews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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