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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투자 부진 등에 ‘준(準) 디플레이션’ 현상

기사승인 2019.06.07  11: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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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인하·확장 재정 등 모든 수단 동원해야

우리 경제가 ‘준(準)디플레이션’ 상황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저물가·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기준금리 인하와 확장적 재정 등 강도 높은 경기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준(準) 디플레이션의 원인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는 아니지만 경기 부진에 0%대의 저물가가 계속되는 준 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그 원인으로 수요부진에 따른 물가상승률 둔화를 꼽았다. 

 

준(準)디플레이션 현상의 원인 
수요 측면에서 살펴보면 올 1분기 GDP갭률이 크게 하락하고 소매판매와 설비투자 역시 모두 부진한 모습이다.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1.8%, 전기대비 0.3%를 기록하여 실제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하회했다. 이에 따라 GDP갭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되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물가 상승 압력은 감소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국내 수요인 소매판매와 설비투자 모두 둔화세를 지속했다. 소매판매증가율은 2018년 1분기 5.3%에서 올해 1분기 1.7%로 감소 추세에 있으며 업태별 소매판매는 세제 혜택이 있는 면세점이나 개별소비세 인하 품목을 중심으로만 소비가 확대됐다. 설비투자증가율도 2017년 3분기 20.6%에서 올 1분기 19.5%로 급감하였고, 이는 설비투자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투자가 감소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근로자의 실질임금 증가에도 노동시장 부진과 원리금상환 등이 확대되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이 부진했다. 근로자의 실질임금 증가로 가계의 소득여건이 개선된 것으로 판단되나,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한 노동시장 부진은 가계 소비 여력을 악화시켰다. 근로자의 실질임금 증가율은 2016~2017년 3% 중후반대에서 2018년 이후 4% 중반대로 확대됐다.
공급 측면에서 살펴보면 세계 원자재 가격은 최근 상승 추세이나 물가 상승 압력은 낮은 수준이며, 국제 곡물 및 국내 농축산물 등 식품 가격이 하락하며 공급물가 안정에 기여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을 나타내는 CRB지수 및 국제유가가 최근 상승하고 있으나 전년동기대비 낮은 수준으로 물가 상승 압력은 낮은 상황이다. 특히 2018년 하반기 국제유가 급락 이후 최근 국제유가는 상승하는 모습이나, 전년동월대비 국제유가 상승률은 마이너스 증가율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 국제 농산물 및 금속 등이 포함된 국제 원자재 가격을 나타내는 CRB지수 또한 전년동월대비 감소 추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2018년 하반기 급락에 따른 반등인 것으로 판단되어 국내 원자재 수입 물가 상승 압력은 제한적이다. 아울러 국제 곡물 가격이 최근 하락하고, 국내 농축수산물 및 신선식품 가격도 양호한 기상여건 등으로 하락했다. 이는 2018년 중반까지 10%대 증가율을 보이던 국제 곡물 가격 지수가 최근 상승률이 둔화되다 2019년 3월 0.4% 수준으로 하락한 것이며 양호한 기상여건 등으로 공급물량이 증가하면서 국내 농축수산물 및 신선식품 가격 상승폭이 크게 둔화되며 최근 하락세를 보였다. 또한 정보통신기술 발달 등으로 유통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되고 결제 및 배송 서비스가 발전하면서 공급자의 경쟁 증가 및 유통단계 축소로 공급측 물가 상승 압력이 제한됐다.
정보통신기술 발달 및 모바일 기기 이용 확대로 시간적·공간적 제약이 완화되면서 온라인쇼핑이 크게 증가하였으며, 유통구조가 단순화되는 효과도 있다. 이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이용이 확대되며 제품을 구매하기 위한 시간적·공간적 제약이 완화되며 온라인쇼핑이 크게 증가한 것에 따른다. 온라인쇼핑 확대는 소비자가 일반 소매점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 유통 플랫폼을 통해 도매업자 또는 제조업자로부터 직접 제품 구입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온라인쇼핑은 동일 제품군에 대한 상품 비교가 용이성 및 유통채널 축소 등으로 공급자간 시장 경쟁으로 이어지며 공급물가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 유통 플랫폼 서비스 발달로 해외 제품에 대한 결제 및 배송이 용이해짐에 따라 소비자가 플랫폼을 이용하여 해외 제품 제조업자 또는 도매업자로부터 직접 거래가 확대됐다. 소비자가 국내 수입 소매업체를 이용하지 않고 해외 제품을 구입하거나 소매업자가 도매 수입업체를 통하지 않고 수입하여 판매하는 사례가 증가하며 유통채널이 축소되는 효과가 있으며, 이를 통해 공급 가격 상승이 완화된 것이다. 
이와 함께 주택 매매 및 전세 시장에서 수요자 대비 공급자 수가 많아 공급 주택 매매 및 전세 가격 안정세가 유지되거나 하락 압력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기준금리 인상 등의 통화정책과 초과세수 발생 등으로 인한 재정정책이 긴축적으로 운영되면서 총수요 확대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13년 상반기 2% 중반대에서 2016년 6월 1.25%까지 인하되었다가 지난 2월 현재 1.75%로 인상됐다. 국내 경제가 보유하고 있는 전체 유동성의 크기인 광의유동성 증가율은 2015년 이후 감소 추세이다. 2016년 이후 초과세수 등으로 관리재정수지의 개선세가 지속되었으나, 재정정책이 예산에 비해 긴축적으로 운영됐다.
 

수요측의 하락 압력 및 공급측의 물가 안정화에 기인
최근의 저물가 지속은 수요측의 물가 하락 압력 및 공급측의 물가 안정화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저물가와 경기 부진이 상호 작용하여 준(準)디플레이션이 장기화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여 성장세가 더 이상 훼손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성장세가 더 이상 소멸되지 않는 점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 단기적으로 투자 활력을 제고할 수 있는 재정지출의 확장적인 운영, 규제 개혁 노력의 현실적인 결실 및 SOC 투자의 차질없는 집행 등이 필요하며 최근 내외수 경기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점을 감안할 때, 비록 당장의 실효성이 없을지라도 기준금리 인하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정책 당국은 경제 주체들의 물가에 대한 기대심리가 디플레이션 기대 심리로 확산될 수 있는 소지를 차단해야 한다. 기대인플레이션이 하락할 경우 경제주체들의 미래에 대한 기대심리가 악화되며 소비 및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는 경제주체의 기대심리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시장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의 저물가 지속 현상이 경기 부진 심화에 따르는 총수요 압력 약화에 기인한 것이므로 적극적인 경기 부양 정책 편성은 각 경제 주체들에 대해 경기 회복에 대한 심리적 기대감을 고조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낮은 지표물가 대비 높은 체감물가 현상은 가계 삶의 질적인 측면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어 체감물가 안정에도 주력해야 한다. 담합과 사재기 감시, 공산품 경쟁촉진, 시장독과점 구조개선, 공공요금 인상 억제 등을 통해 일상에서 많이 접하는 품목의 가격 안정 노력이 필요하며 유통구조 효율화 노력을 지속하여 농수산물 가격을 안정화하는 것은 체감물가를 낮추는데 효과적인 방법이다. 

현대연구원은 “저물가가 수요 측 요인에 주로 기인하는 만큼, 소비와 투자 감소, 그리고 저물가와 경기 부진의 악순환으로 연결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초과 세수에도 정부 재정정책이 크게 확장적으로 운영되지 못한 점, 지난해 11월 기준금리가 오른 점도 총수요 확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근로자의 실질임금 증가에도 노동시장 부진과 원리금상환 등이 확대되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 확대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연구원은 “소비지출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30대∼50대의 취업자 수와 실업률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해 소비 수요를 제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고서는 정부의 정책 실패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경기가 하강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올린 통화정책, 재정을 풀어야 하는 국면에서 오히려 초과세수가 생긴 재정정책 모두 시의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치만 놓고 보면 아직 디플레이션으로 보기 어렵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가능성이 적지 않다”면서 “특히 비내구재(화장품과 같은 소비재) 소비 감소가 지속된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금처럼 소극적으로 경기에 대응할 경우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이 지속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를 뒷받침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도 6조 7000억원 규모로 부족하다”면서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예견하기는 어렵지만, 경기가 반등할 요인이 딱히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가계·기업에 돈이 돌지 않는 것이 저성장·저물가의 한 원인”이라면서 “기준금리 인하와 확장적 재정, 세수 감면 등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펼쳐야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성장세가 더 이상 소멸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기적으로 투자 활력을 제고할 수 있는 재정지출의 확장적인 운영, 규제 개혁 노력의 현실적인 결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의 차질없는 집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현대연구원은 “내외수 경기 부진이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점을 감안해 당장 실효성이 없을지라도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경기를 보다 활성화시켜 저물가 현상이 지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재정지출 확대와 함께 감세 정책 시행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현대연구원은 “지표물가는 낮지만 체감물가는 높은 현상은 삶의 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체감물가 안정에도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인경 기자 sisanewsn@sisanewsn.co.kr

<저작권자 © 시사뉴스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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