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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포착하는 눈으로 세상을 보는 배향숙 화백

기사승인 2019.04.09  11: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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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한한 이야기들이 숨어있는 세상 소통과 교감의 가능성을 발견하다

소외와 단절, 파괴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는 현대인들의 과제이다. 사회 각층에서 이에 대한 해결을 내놓고 있지만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들은 여전히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배향숙 화백은 자연 속에서 답을 찾고 그것을 자신만의 색채로 풀어냈다. 은유적 제목은 함께 공감하고 상상할 수 있는 여지들을 통해 보는 이들에게 말을 건다. 배 화백을 만나 그에게 영감을 주는 자연의 이미지와 그를 바라보는 시선을 들어본다.


소통과 표현의 열망을 붓끝으로 전하다
자연과 어우러진 일상 속의 감동을 찾아낼 수 있는 눈. 배향숙 화백은 함께하는 이들이 무한한 상상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작품에 거창한 철학이나 깊은 의미 같은 것을 억지로 집어넣지는 않는다”는 그는 “재밌으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림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 화백의 작품들은 순수미술과 일러스트가 혼재되어 독특한 분위기를 전한다. 늦은 나이에 학교에 입학해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일러스트를 전공했지만 결국 자신만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지 못해 지금은 순수미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의 그림들은 동식물 등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소재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림이 지루한 것은 싫다”는 그는 “시선을 빼앗을 수 있는 즐거움은 물론 함께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곳곳에 숨겨놓고 보는 이들과 함께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배 화백은 원색보다는 중간계통의 색감을 선호한다.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입체적이고 다양한 색감을 표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풍부하고 따뜻한 색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그림도 유화 같아 보일 정도로 덧칠을 많이 하는 편이다. 
하지만 붓을 들고 걷는 길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8년 전 남편을 잃은 후 그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상황에서 마냥 하고 싶은 것만 할 수는 없었지만 항상 풀리지 않는 열망이 있었다”는 그를 움직인 것은 아이들의 응원이었다. “엄마의 그림이 참 좋으니 계속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다는 말에 힘을 내게 되었다”고 당시를 회상한 배 화백은 다시 붓을 든 직후 ‘비상’이라는 작품을 통해 억눌렸던 자아를 표현했다. 반만 새인 존재. 비상은 날고 싶지만 날 수 없었던 자신의 열망을 투영한 작품이다. 전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배 화백은 이제는 그림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숨어있는 일상의 순간들
배 화백은 일상 속의 작은 순간들 속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평소 듣는 노래에서의 멜로디, 영화의 아름다운 장면들, 흔하게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도 스토리를 만들어낸다”는 그는 롤러코스터의 이미지를 용과 결합시키기도 했다. 팔공산에 가는 길에 만난 사마귀와의 인연도 하나의 작품이 되었다. “사마귀를 손에 올려놓았더니 나의 눈을 마주보았다”면서 “눈을 마주치는 순간 미물인 곤충과 사람이 교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선한 충격이자 감동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교감의 아름다운 가능성은 ‘마음 사냥꾼’이라는 작품으로 태어났다. 사소한 순간들을 포착하는 눈을 가진 배 화백에게 세상은 무궁무진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는 그는 “작가는 항상 자신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흘러가는 모든 것들을 관찰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가운데 배 화백은 언어적으로 말하지 않는 동식물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왔다.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가 전하는 이야기들에는 은유적 속삭임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대중들의 취향에 맞는 그림을 그려야한다는 부담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요즘 예쁘고 귀여운 그림이 인기가 있지만 자신만의 화풍이 존재해야한다고 생각했다”면서 “한 눈에 배향숙의 그림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생명과의 소통이 깃든 풍요로운 삶에서 답을 찾다
화풍을 만들어 가는데 영향을 받은 화가에 대해서는 “미셀 바스키아 (Jean Michel Basquiat)의 자유분방한 그림체와 야첵 예르카 (Jacek Yerka)의 동화적 상상력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모네의 찬란한 햇빛과 영화 에일리언을 디자인했던 기거도 배 화백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인간과 기계의 결합이 주는 슬프고도 기괴한 느낌은 혐오스럽기보다는 오히려 아름답게 다가왔다”고 한다. 배 화백의 작품 가운데 ‘뿔의 전설’은 사슴의 뿔과 사슴벌레의 앞발의 이미지에 깃든 전설적 이미지를 풀어낸다. 그림 속의 풀잎 하나 조차도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인간의 이성으로는 알 수 없는 생명체의 만남을 다채로운 색감으로 따뜻하게 연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섬’은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외로움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풀어냈다. 일반적으로 외로움은 소외와 단절을 의미하지만 배 화백은 외로움 속에 깃든 역설적인 풍요로움을 찾았다. 자신을 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으로서의 외로움은 그것을 견뎌냈을 때 또 다른 풍요로움으로 다가온다. 가슴에 핀 꽃은 외로움을 견딘 따뜻함이다. 그는 거친 파도가 몰아친 후 바다의 평화로움을 아는 섬이라는 형상을 통해 그것을 표현했다. ‘식물성 마음’에서는 동물에 내재된 잔혹성을 모르는 온유함과 선함, 포용의 가능성을 희구한다.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는 인간의 마음을 노래했다. 마지막으로 “누가 그렸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그렸냐가 중요하다”라고 말하는 배 화백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그림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며 함께하는 삶 속에서의 성장을 꿈꾸고 있다.     

이동현 기자 jineui@naver.com

<저작권자 © 시사뉴스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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