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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뮬러리’를 연 노랑다리미술관 손일광 관장

기사승인 2019.04.09  11: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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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엄과 갤러리를 넘나드는 공간 언제나 낯선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

한국 패션계의 1세대 디자이너이자 전위 예술가로서 독보적인 세계를 펼쳐온 손일광 관장은 개인부티크 A.G의상실’의 창립자이다. 88 서울 올림픽 당시 로봇 의상을 디자인해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으며 한국 최초의 가두패션쇼 기획자인 그는 노랑다리미술관을 통해 또 다른 실험적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그의 20년 프로젝트에는 노랑다리미술관의 정취와 위대한 과학자들에게 바치는 헌사가 깃들어 있다.


예술계를 넘나들며 시대를 풍미한 손일광 관장
“종종 스스로에 대해 최초의 병이 걸려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손일광 관장의 화려한 경력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 붙는다. 1968년 개최된 첫 패션쇼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시대를 풍미한 패션 디자이너인 동시에 제4집단에 몸담고 아방가르드를 표방하면서 순수 예술계에서도 족적을 남겼다. 손 관장은 “패션 디자이너가 순수 예술을 하니 주변에서는 의아한 시선도 많았다”면서 “어느 날 비오는 명동 거리를 걷다가 구두를 벗고 맨발로 느낀 아스팔트의 촉감은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장벽에 막혀 있는가를 절감한 순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신만의 삶을 살겠다는 그 순간의 결심으로 자유롭게 예술계를 넘나들며 독특한 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순수 예술을 하면서 만난 친구들과의 유대도 제4집단에 몸담게 된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손 관장은 한국의 전통 풍기인견을 아우터로 디자인해 하이패션과 접목시킴으로써 풍기인견이라는 브랜드를 구축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원래 인견은 보통 고쟁이 등의 속옷으로만 사용되어 왔는데 패션에 적용하여 은은하고 독특한 질감을 지닌 한국적 아름다움을 전했다”고 한다. 
순수예술과 패션 디자인의 벽을 넘어선 그가 가평 너머의 3000평 대지에 노랑다리미술관을 열었다. 독특한 건물 외관이 자연 정경과 어우러져 있으며 정원을 바라보면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카페 공간도 마련되어 힐링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지친 현대인들의 정신적 쉼터이자 어린이들의 학습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고 한다. 인근 지역민들뿐만 아니라 먼 길을 마다하고 노랑다리미술관을 찾는 이들도 상당하다. 손 관장의 오랜 작품세계가 담긴 미술품들과 다양한 공예도구,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물건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어 독특한 정취를 자아낸다. 그는 “아내가 앤틱한 사물에 애착을 가지고 모으다보니 외출하면 빈손으로 돌아오는 날이 드물 정도”라면서 함께 꾸린 노랑다리미술관에 깊은 애착을 드러냈다.
 

문명에 기여한 과학자들을 향한 헌사 노랑다리미술관
미술품과 역사, 과학의 범주를 아우르는 노랑다리미술관에 대해 손 관장은 “뮤지엄과 갤러리의 합성어인 ‘뮬러리’”라고 소개했다. 뮬러리는 손 관장이 고심 끝에 고안한 노랑다리미술관의 정체성으로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개념을 표현하기 위한 실험적 시도였다. ‘뮬러리’에 대한 특허 상표 등록도 완료한 상태라고 한다. 노랑다리미술관의 독특한 외관은 자연과 예술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무는 하나의 또 다른 작품으로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까치집에 아이디어를 얻어 그 이미지를 확대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미술관을 만들었다”는 그는 최고의 건축가에게 배우기 위해 흰개미와 까치를 연구했다고 한다. 흰개미는 자신의 신체 비율로 따졌을 때 세계 최고의 고층건물 건축가로 알려져 있다. 척박한 사막에서도 환기와 온도유지, 기능에 따른 방 구조 등을 갖추고 있는 것은 놀라울 정도이다. 까치 또한 자연 환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집을 짓는 건축가라고 한다. 태풍이 와도 쉽게 상하지 않는 까치집에는 문의 방향을 북쪽으로 낸 슬기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결국 두 선생님 중에서 까치집 미술관을 택했다”는 그는 16m 길이의 전주대 30개를 얽어 미술관의 틀을 만들었다. 한편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앙글루아 다리〉에 착안해 노랑다리미술관의 상징적 아이콘으로 노란 색을 입힌 다리를 놓았다고 한다. 


노랑다리미술관에는 보는 이들에게 관점의 전환과 미감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안팎에 자리하고 있다. 손 관장이 평생에 걸쳐 모든 예술품과 설치미술들에는 사물과 인간, 자연의 역사들이 교차한다. 건물 내부에는 100여점이 넘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저 마다의 목소리로 말을 건다. “일상 속에서 접할 수 있는 의문을 창조로 승화시키는 존재로서 과학자들에게 경의와 존경심을 느껴왔다”는 그는 문명의 발전에 기여한 위대한 과학자들에게 바치는 헌사를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인력과 만물의 이치를 깨달은 뉴턴, 원소주기표를 만든 멘델레예프, 행성의 궤도를 수정한 케플러를 다룬 작품들은 노랑다리미술관을 찾는 학생들에게 학습의 장이 되기도 한다. 손 관장은 직접 학생들에게 과학과 예술, 문명의 발전에 대한 즉석 강의도 진행한다. “열심히 꾸린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다”는 그는 “앞으로도 아늑한 공간 속에서 더 많은 이들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위대한 진리는 새로운 관점에서 나오는 것
손 관장의 일생을 관통해온 화두는 ‘관점의 전환’이다. “위대한 진리는 현학적인 지식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나온다”고 힘주어 말한 그는 “항상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 생각을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래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편타당한 것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에서 세상을 바꾸는 힘이 나온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수많은 수학 기호들 중에서 가능성 자체를 표현하는 기호가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완결되지 않은 진리를 너무 쉽게 인정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닌 지 돌아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술가이자 기획자, 디자이너로서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손 관장도 자연의 아름다움이 주는 경이 앞에서는 탄식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는 “봄에 피는 꽃 한 송이를 보면 그 신비로움을 구현할 수 없음을 절감하게 된다”면서 겸허한 마음으로 예술에 임하기 위해서는 자연을 돌아보라고 전했다.       

임동훈 기자 stimeup@sisanewsn.co.kr

<저작권자 © 시사뉴스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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